성장함에 따라 아동들은 자신의 신체적 및 심리적 특성들을 인지하는 데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아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기대하는 기준에 비추어 자아평가 결과가 긍정적일 때 아동은 적절한 자아존중감과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갖게 되며, 그렇지 못할 때 부정적인 자아개념을 갖게 되고 심하면 무력감에 빠져들게 된다.
(1) 자아존중감의 근원
자아존중감은 아동이 스스로 자신이 지녔다고 생각하는 특성에 대한 느낌 또는 평가를 뜻한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동은 자신의 모든 특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에, 자아존중감이 낮은 아동은 여러 측면에서 자신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각하는 경향이 높다. 아동의 자아존중감 발달은 만 2세경부터 나타나는 자조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시작된다. 밥 먹기, 옷 입기, 세수하기, 대소변 가리기 등 일상의 과업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아동은 자신의 기본적인 능력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되며, 이러한 신뢰감은 자아존중감의 중요한 기초가 된다. 부모는 아동의 자아존중감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일찍이 Coopersmith는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동의 부모는 아동을 수용하고 애정을 표현하며, 아동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아동이 이행해야 할 명확한 행동의 기준을 설정하고 지키며, 설정된 한계 내에서 자녀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하고, 가족 활동과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하며, 아동이 필요로 할 때 유능하고 조직적인 도움을 주는 경향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물론 이러한 연구는 부모의 자녀 양육 유형이 자아존중감을 높이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인과적 관계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부모 역할이 자녀의 자아존중감 발달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아존중감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사회적 비교이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자아존중감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이므로 5~6세부터 아동은 또래와 비교하여 자신을 평가하기 시작한다. 이 무렵부터 아동들은 능력뿐 아니라 옷차림, 소유물, 가정 배경, 또래로부터의 수용도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른 아동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비교의 결과가 긍정적일 때 바람직한 자아존중감이 형성되지만, 지적 능력이 낮거나 사회성이 부족하거나 저소득 계층의 아동들은 낮은 자아존중감을 형성해 가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아동기 후반의 자아존중감 발달은 인지적 및 사회적 능력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 시기에는 학교에서 누가 성적이 높으며 친구가 많으냐에 따라 자아존중감이 형성된다. 따라서 읽기, 쓰기, 수에 관한 지식과 기본적인 사회적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은 아동 후기 자아존중감 발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학업적 자아존중감은 초등학교 시기부터 아동들에게 급격히 발달되기 시작하는 중요한 자아개념의 한 측면이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2학년경부터 아동들은 학업 성적을 비롯한 교과와 관련되는 모든 성취도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준거로 삼기 시작한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자신의 성취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때 아동들은 긍정적인 학업적 자아개념을 형성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자신감을 잃고 부정적인 학업적 자아개념을 갖게 된다. 이 분야의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자신의 능력과 학업 성취에 대해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가진 아이일수록 성공에 대한 성취 기대가 높고, 더욱 끈기 있고 꾸준하게 공부하며 보다 도전적인 과제나 문제를 추구한다. 훌륭한 학업적 기술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 부당하게 낮은 자아개념을 가진 아동들은 학습 동기가 낮고, 새로운 과제에 대해 흥미와 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 자아존중감의 진단
아동의 자아존중감을 진단하는 데 여러 가지 기법들이 사용되어 왔으나, 근래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도구는 Harter의 자아존중감 척도이다. 최초에 인지적 능력, 사회적 능력, 신체적 능력 및 일반적 자기가치감의 네 영역으로 구성되는 28개 문항의 자기보고식 자아존중감 척도를 개발하여 사용하였다. 이 척도를 사용한 연구 결과, 아동 중기부터 아동들은 이미 네 개의 하위 영역 간에 상이한 자아존중감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성적은 낮으나 또래 집단에서 인기가 있는 아동은 정확하게 사회적 능력 영역에서는 자신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에, 여타 영역에서는 보다 낮게 평가하였다. 또한, 아동의 자아평가는 교사나 또래 아동에 대한 평가와 대체로 일치하였다. 보다 근래에 Harter는 아동용 자기지각 프로파일과 청년용 자기지각 프로파일을 구분하여 제작하였다. 아동용 도구는 학업 능력, 운동 능력, 사회적 수용도, 신체 외모 및 행동의 다섯 가지 하위 영역과 일반적 자기가치감의 하위 척도를 포함한다. 청년용 도구는 아동용 하위 척도에 친근한 교육 관계, 낭만적 호소력, 직업 유능성의 세 영역이 첨가되어 구성되어 있다.
(3) 자아존중감의 안정성
8세 이전의 아동은 안정된 자아존중감을 갖고 있지 못하다. Harter에 의하면 자아존중감이 비교적 안정되게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표출되는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약 8세 무렵이다. 4~7세 사이의 아동들도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자아존중감이 나타나지만, 판단의 정확성이 낮고 가변적이며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자신에 대한 기대가 작용하므로 신뢰성이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들은 대체로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낙천적이다. 특히 부모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 아이일수록 더욱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을 갖고 있다. 아동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의 자아존중감은 보다 안정되고 현실적으로 변해가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은 지속된다. 그러나 11~12세경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동의 자아존중감은 낮아지다가 고등학교 시기에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이러한 경향은 여아보다 남아에게서 더욱 현저하다. 사춘기에 일시적으로 자아존중감이 낮아지는 이유는 아동의 자아의식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동시에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해 보다 민감해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자아의식이 높아지면서 아동들은 자신에 대해 보다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되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타인과 비교하게 되면 그만큼 자기 평가 또한 엄격해지게 된다. 사춘기 신체 및 성적 변화와 그로 인한 정서적 동요와 정신적 긴장 또한 자아존중감을 낮추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시기에 부모의 이혼, 경제적 파탄 등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환경적 요인이 겹쳐지면 자아존중감 형성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