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작기 동안 유아는 불완전하지만 나름대로의 독특한 개념을 발달시켜 간다. Piaget의 아동기 인지 발달 이론이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 아마도 전조작기 아동 특유의 개념 발달 연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iaget의 전조작기 아동의 개념 발달 연구는 최근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1) 분류 개념
여러 사물과 현상들을 그 속성의 유사성에 따라 분류하여 이들의 공통적인 범주를 찾아내는 분류 개념은 아동의 일상 적응에 대단히 중요한 지적 능력이다.
Piaget는 2~5세 사이의 아동을 대상으로 여러 형태와 색깔의 동그라미, 네모, 세모꼴 등 기하학적 도형들을 제시하고 이들을 서로 같은 것끼리 모아 보라고 지시하였다. 아동들은 도형 두 개를 가지고 간단한 형태를 만들거나, 여러 개를 늘어놓아 다리나 탑 같은 보다 복잡한 형태를 구성하였다. 또한 사람, 집, 동물 등 작은 장난감들을 주고 같은 요람 앞에 배열하여 나름대로 어떤 형태를 만드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관찰 결과를 통해 Piaget는 이 시기의 유아는 아직 사물들의 유사성에 따른 공통적 속성을 이해하는 내포나, 같은 속성에 속하는 대상들을 함께 모으는 외연과 같은 기본적인 분류 능력이 발달되지 않았으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유목 개념이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시기를 저내념기라 지칭한 것은 바로 이러한 관찰에 의거한 것이다.
5~7세 사이의 유아는 네모꼴과 세모꼴을 구분하거나 동물 인형과 사람 인형을 분류함으로써 내포와 외연을 통합하는 유목 개념을 나타낸다. 이러한 유목 개념은 자연히 토끼와 고양이는 동물이라는 동일한 상위 유목에 포함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유목 포함 개념으로 발전하게 된다.
우리나라 아동의 분류 능력 발달에 관한 연구는 비교적 많다. 먼저 한 개의 기준으로 대상을 분류하는 단순 분류 능력은 4세 유아에서는 거의 100%가 해결된다는 결과로부터 90%, 80% 또는 약 50%의 유아만이 획득 가능하다는 서로 다른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분류 준거는 색깔, 모양, 크기의 순서로 나타났다.
(2) 서열 개념
여러 사물이나 현상들을 특정 속성에 따라 순서 짓는 서열 개념 또한 아동기에 발달하는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예를 들어, 여러 대상을 놓고 어느 것이 더 많은가 또는 더 큰가를 바르게 비교하는 능력이나, 어떤 일이 일어난 시간에 따라 순서를 짓는 능력의 중요성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해 보인다. 서열 개념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세 단계에 걸친 발달적 과정을 보인다.
제1단계는 약 4~5세 사이에 해당하는 단계이다. Piaget는 길이가 다른 막대기를 유아에게 주고 가장 작은 것을 먼저 놓고, 그다음에 조금 큰 것, 또 조금 더 큰 것을 순서대로 놓아서 사다리처럼 만들어 보라고 지시하였다. 제1단계의 유아들은 부정확한 형태로 막대기를 배열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1단계의 유아가 정확한 서열 개념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5~6세 사이에 해당되는 제2단계의 유아는 막대기를 전반적으로 바르게 배열하지만 때로 하나를 빠뜨리거나 가운데 두 개 막대기의 순서를 바꾸는 등 시행착오와 오류를 거치면서 배열한다. 또한 이 단계의 유아는 막대기 색깔을 달리하는 등 지각적인 혼란을 야기하는 요인을 약간만 첨가해도 막대기를 서열화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매우 불안정한 서열 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Piaget가 주장하는 마지막 단계인 7세 이후라야 아동은 안정된 서열 개념을 보이게 된다.
우리나라 아동의 단순 서열 능력은 Piaget 이론에서와 마찬가지로 7세경에 획득된다. 그러나 지각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막대기를 삽입시키면 7세 아동의 극소수만 서열 능력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난다.
(3) 공간 개념
위, 아래, 오른쪽, 왼쪽, 먼 곳, 가까운 곳 등 대상의 위치, 방향, 거리 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다른 어느 개념 못지않게 유아의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능력이다.
Piaget와 Inhelder는 아동의 공간 개념 발달을 세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제1단계는 위상적 공간 개념으로서 4~6세에 해당된다. 이 시기 아동은 도형의 형태가 갖는 위상적 특징에 의해 특정 공간 내에서 도형의 위치를 변별해낸다. 그러나 물체를 거꾸로 배열해내는 것과 같이 공간 내에서 도형의 위치를 변형시켜 추론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7~8세경에 나타나는 두 번째 단계는 투사적 공간 개념이다. 이 단계는 참조 체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사물 자체의 속성만을 파악한다.
9~10세경에 세 번째 단계인 유클리드적 공간 개념이 나타난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모든 공간적 관계는 보는 이의 시각과는 무관하게 유지되며, 여러 각도에서 보는 사물의 위치 관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4) 인과 개념
인과 개념이란 어떤 현상의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3세부터 시작하여 전조작기 동안 유아들은 몸담고 있는 주변의 여러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Piaget의 입학 전 아동의 '왜'로 시작된 질문 360개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질문의 29%는 물체나 동식물 등 자연현상의 인과성에 관한 질문이며, 50%는 사람들의 행동의 원인을 알고자 하는 심리적 동기에 관한 질문이었다. 나머지 21%는 사회적 규칙의 타당성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처럼 아동들은 인과성에 관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나름대로 인과 관계에 대한 개념들을 발달시켜 간다.
Piaget는 전조작기 아동은 원인과 결과 간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논리적 추론 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이 시기에는 매우 독특한 인과적 사고가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전조작기 특유의 인과 개념을 전인과성이라 부른다. 전인과성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목적론은 우연히 존재하게 된 현상의 원인을 찾아내려는 전조작기 아동의 인과적 사고를 뜻한다. 예를 들어, 6세 남자아이가 또래 친구에게 "왜 살레브산은 큰 산과 작은 산 두 개가 있지?"라고 물었을 때, "큰 산은 한참 걷는 데 필요하고 작은 산은 조금 걷는 데 필요하다"고 답하는 것은 목적론의 한 예이다.
인공론은 모든 존재하는 현상이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믿는 전조작기 인과적 사고를 의미한다. '해는 사람이 공중에 던져 올린 작은 공이 커져서 된 것'이라든가 '호수는 어른들이 파서 그 속에 물을 넣은 것'이라는 설명은 전조작기 인공론적 인과성을 보여주는 예들이다.
전환적 추론은 두 개의 사태가 동시에 일어났을 때, 한 사태가 다른 사태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함으로써 하나의 특정 사태로부터 다른 특정 사태를 추론하는 전조작기 인과 추론의 특징적인 양상을 뜻한다.
(5) 실재론
실재론은 정신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이 미분화된 상태로 존재하여 정신적인 현상에 물리적인 속성을 부여하는 전조작기 아동 특유의 현상 개념을 뜻한다. 예를 들어, 유아에게 '생각'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머리 뒤쪽에 있으면서 앞쪽에 있는 입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는 입"이라고 답함으로 정신적 현상을 물질적 실재로 그려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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