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
비고츠키는 아동의 지적 능력을 근접발달영역의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근접발달영역은 지능검사수나 학업성취도 등 아동이 현재 스스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 발달수준과 자신보다 인지적으로 유능한 성인이나 또래의 도움을 받아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잠재적 발달수준 간의 격차를 의미한다. 현재 동일한 지적 발달 수준에 있는 두 아동도 성인의 도움을 받아 개발될 수 있는 능력의 크기인 근접발달영역이 다르다면 이 두 아동의 지능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
비고츠키는 개인의 지적 발달은 문화적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는 모든 지식은 한 공동체로서의 사회집단의 긴 역사를 통해 누적된 문화적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아동은 성인의 도움을 받아 문화적 산물로서의 지식을 내면화함으로써 개인적인 인지발달이 가능하게 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아동의 지적 발달은 내면화를 가능하게 하는 성인과 아동의 상호참여 활동을 통해 촉진된다. 근접발달영역은 바로 이러한 상호참여 활동에 의해 진단될 수 있다.
최근 근접발달영역의 개념에 근거하여 아동의 지능을 진단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대체로 검사-훈련-재검사의 절차를 따르고 있다. 먼저 기존의 지능검사와 유사한 검사를 통해 아동의 실제 지능 수준을 진단한 후 일련의 과제를 주고 검사자가 그 과제 해결에 필요한 도움을 준다. 훈련이 끝난 후 유사한 과제를 주어 재검사하여 성인의 도움으로 학습한 능력이 전이되는 정도를 진단한다. 아동의 근접발달영역은 스스로 과제를 해결하기까지 필요한 도움의 양과 훈련 결과가 전이되는 정도에 의해 진단된다.
Brown과 Ferrara의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같은 영어 알파벳을 순서에 따라 배열하는 계열 과제를 제시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초의 수행 수준을 진단하였다. 그런 다음 아동이 이 과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실험자가 계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훈련 절차를 거치고, 그 효과를 측정하여 학습 속도를 진단하였다. 마지막으로 쉬운 전이 과제와 어려운 전이 과제를 주어 훈련 효과가 전이된 정도를 확인하였다.
Brown 등의 연구에서 얻은 학습 속도와 전이 정도를 기존의 지능검사에서 얻은 지능지수와 관련지어 분석해본 결과, 지능이 낮으면서 학습 속도와 전이 정도가 낮은 집단(약 28%), 지능이 높으면서 학습 속도와 전이 정도가 높은 집단(약 23%), 지능과 학습 속도 및 전이 정도가 일치하지 않는 집단(약 48%)으로 구분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기존의 지능검사를 통해서는 지능과 학습 속도 및 전이 정도가 일치하는 약 50% 아동의 지능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으나, 지능은 낮으나 학습 속도와 전이 정도가 높거나 지능은 높지만 학습 속도가 낮은 나머지 50% 아동의 지적 능력은 기존의 지능검사가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비고츠키의 이론에 따라 아동의 잠재능력으로서의 ZPD를 진단하고 적용하려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황해익과 조희숙은 비고츠키 이론을 바탕으로 유아의 학습 잠재력 측정 도구를 개발하여 그 신뢰성과 타당성을 검증하였다. 이들은 학습 훈련과 학습 전이를 도입한 역동적인 인지능력 평가방법으로 ZPD가 높은 진단적 기능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최혜린은 ZPD에 의해 아동의 산수 학습 능력을 측정한 결과 산수 학습 수행과 높은 상관을 얻은 반면에 종래의 지능검사에서 얻은 지능은 산수 학습 잠재력과 상관이 낮다는 사실을 발견해내었다.
비고츠키 이론에서 성인과 아동 간의 상호참여 활동은 단순한 지능의 진단뿐 아니라 아동의 인지발달을 촉진하는 방안으로서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아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매 단계마다 아동의 수행 수준에 맞추어 도움을 주는 수준과 양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안을 흔히 발판화라 부른다. 발판화는 성인의 일방적인 가르침에 의존하는 성인 중심의 인지발달 촉진 방안과 아동의 자발적인 활동에 의존하는 극단적인 아동 중심 방안을 적절히 통합하여 성인이 아동의 수행 수준에 적응해가며 궁극적으로는 아동이 독자적인 문제 해결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효율적인 성인과 아동 간의 거래적 상호작용 모델로 알려지고 있다.
비고츠키 이론을 토대로 우리나라 아동과 부모 또는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이정란은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어머니와 유아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어머니들도 유아의 연령에 따라 상호작용 방략을 적절히 변화시켜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어머니의 상호작용 방략이 효율적일수록 유아의 독자적인 자기조절적 과제 해결 능력이 높았다. 김선옥은 교사와 유아 간의 상호작용을 비고츠키 이론에 따라 분석한 결과 교사가 아동의 과제 해결을 중재하고 방법이 구체적일수록 아동의 과제에 대한 성공적인 참여율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교사는 아동 간의 상호작용이 진행됨에 따라 보다 효율적으로 아동의 수준에 맞추어 중재해 나가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비고츠키(1896~1934)
비고츠키는 러시아 서쪽에 위치한 항구도시 Gomel에서 1896년에 태어났으며, 은행원인 아버지, 교사인 어머니, 그리고 7명의 형제들 사이에서 성장하였다. 토론하기를 좋아하는 가족 사이에서 자란 비고츠키는 모의재판이나 논쟁에서 항상 친구들을 주도했기 때문에 '작은 교수'로 불렸다. 그는 역사, 문학, 시를 좋아했다. 비고츠키가 17세 때 대학 입학 정원의 단지 3%만이 유태인에게 허용되는 모스크바 대학에 추첨되어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비고츠키는 문학을 전공하였고, 1917년 모스크바 대학에서 문학사를 취득한 후 Gomel로 귀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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