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착은 한 개인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 느끼는 강한 감정적 유대 관계를 뜻한다. 애착은 근본적으로 선택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서 극히 소수의 제한된 대상에 대해 형성되며, 애착이 형성된 대상에 대해서는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근접해 있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된다. 발달심리학에서 애착이 연구자들의 큰 관심 대상이 되는 것은 출생 후 1년 이내에 영아와 어머니 또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 간에 이루어지는 애착 형성의 결과가 후에 발달하는 정서적 안정성과 대인관계의 중요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발달심리학 분야에서 애착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는 초기 경험의 중요성을 지지해 주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 애착 형성은 모든 영아의 공통적인 특성일 뿐 아니라 침팬지와 같은 고등 동물에서도 나타나는 특성이다. 이와 같이 보편적 특성인 애착이 형성되는 이유와 발달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몇 가지 이론적 관점이 제시되고 있다.
1.정신분석 이론
Freud의 정신분석 이론에서 애착은 영아가 빨고자 하는 구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과의 사이에서 형성하는 밀접한 관계이다. 따라서 영아에게 편안한 상태에서 젖을 먹여 주고 만족감을 주는 부모의 양육 행동은 좋은 애착 형성의 중요한 요건이 된다. Erikson도 영아의 수유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일이 영아기의 안정된 애착 관계 형성뿐 아니라 성장한 후 아동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느끼는 신뢰감의 기초가 된다고 생각한다.
2.인지발달 이론
인지발달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적 애착을 형성하는 영아의 능력은 전반적인 인지발달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애착을 형성하기 위해 영아는 우선 애착 대상과 다른 대상을 구별할 수 있는 지각적 변별력을 갖추어야 한다. 한정된 애착 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애착 대상이 시야에서 사라져도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대상 영속성도 획득되어 있어야 한다. 영아기 애착은 영아가 성인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지시하는 내재적 작용 모델로서 그 기대를 사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 형성된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방을 떠나자 소리 내어 울던 아기가 옆방에서 달래는 어머니의 음성을 듣고 울음을 그치는 것은 어머니가 가까이 있으며 곧 다시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이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음성만 들리고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으면 영아는 자신의 내재적 작용 모델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곧 다시 울기 시작할 것이다. 애착 형성 과정의 한 양상인 영아의 낯가림이나 격리불안도 내재적 작용 모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다. 정상적인 애착 발달 과정에서 애착이 보통 7~9개월 사이 대상 영속성이 획득되는 시기와 유사한 기간에 형성되는 것은 애착 형성이 전반적인 인지발달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다.
3.동물행동학적 이론
Bowlby의 동물행동학적 이론에서는 애착 형성을 종의 보존과 생존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본능적 반응의 결과로 본다. 이 입장에서 이론가들은 영아가 미소, 울음, 매달리기와 같이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부모의 보살핌과 보호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일련의 유발 자극을 생득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어머니는 이러한 유발 자극에 반응하도록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램화되어 있다고 믿는다. 동물행동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애착 형성 과정에서 영아는 단순히 보살핌을 받는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보살핌을 이끌어내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애착은 어머니와 영아 간의 상호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4.기질 가설
애착 형성에 관한 기질 가설에서는 애착이 어머니의 양육 행동보다는 영아의 기질과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Ainsworth의 낯선 상황에서 까다로운 기질의 아기는 순한 기질의 아기에 비해 격리불안을 강하게 표출하므로 애착 형성이 불안정한 것으로 인지되기 쉽다. 마찬가지로 더딘 아이는 애착 대상을 회피하는 반응 행동을 보일 확률이 매우 높다. Kagan은 낯선 상황에서 실제로 측정하고 있는 것은 애착 유형이 아니라 영아의 기질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5.이론의 평가와 종합
애착 형성 이론 중 정신분석학적 이론은 수유를 중심으로 하는 영아의 욕구 충족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 영아의 성장 과정에서 수유는 중요한 발달적 요인이기는 하나, 근래에 애착 형성 연구에서 이 관점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Harlow와 Zimmerman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대리모 실험을 예로 들어보자. 이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뗀 새끼 원숭이들을 165일 동안 두 개의 대리모와 함께 길렀다. 하나는 부드럽고 물렁한 고무를 보드라운 벨벳천으로 싼 천 대리모였으며, 다른 하나는 철사로 만든 대리모였다. 원숭이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는 천 대리모에게 젖을 먹게 했으며, 다른 한 집단에게는 철사 대리모에게 젖을 먹게 하였다. 이 실험 과정에서 천 대리모와 철사 대리모의 어느 쪽으로부터 젖을 먹는가와 전혀 관계없이 모든 원숭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천 대리모에 매달리며 보냈다. 원숭이에게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로봇을 넣어 공포를 유발하면, 철사 대리모에게서 젖을 먹는 원숭이를 포함해 모든 원숭이들은 천 대리모에게로 달려가 매달렸다. 이 실험 결과를 통해 Harlow와 Zimmerman은 애착 발달의 주요인이 정신분석 이론가나 학습 이론가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수유 욕구의 충족이 아니라 접촉 위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의 유아를 대상으로 유사한 과정을 관찰한 초기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아기에 대한 반응의 민감성과 신속성, 어머니와 아기의 접촉의 양이 애착 형성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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