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동연구
발달심리학은 아동 연구에서부터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아동이 심리적 측면에서 성인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성인의 축소판이라고 믿어온 것 같다. 아동이 태어날 때 이미 성인과 같은 특성들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 이러한 초기 아동관을 전성설이라 부른다. 아동의 특성에 체계적인 관심을 기울인 최초의 학자는 John Locke와 Jean-Jacques Rousseau이다. Locke는 아동이 태어날 때 선천적으로 결정된 어떠한 특성도 소유하지 않는 백지 상태라 간주하고, 아동은 그들이 속한 환경 내에서의 경험 내용에 따라 서로 다른 사고와 감정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환경 결정론적 발달관을 제시하였다. 최초의 아동심리학자라 불리는 Rousseau는 Locke와 달리 아동은 태어날 때 각기 독특한 발달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Rousseau에 의하면, 개개 아동이 갖는 독특한 내재적인 성장력은 각 발달 단계에서 환경이나 교육에 의해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통제되거나 억압받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최상의 발달을 기대할 수 있다. Rousseau는 그의 저서 Emile에서 아동의 발달을 유아기(출생2세), 아동기(2~12세), 아동 후기(12~15세), 청년기의 네 단계로 대별하고, 각 단계가 갖는 독특한 심리적 특성들을 진술함으로써 성장에 따른 질적 변화를 강조하는 오늘날 발달관의 기초를 닦았다.
최초로 발달심리학 분야를 확립한 학자로는 G. Stanley Hall을 들 수 있다. Hall은 아동들이 가지고 있는 일상의 지식들을 질문지를 통하여 찾아내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아동의 마음의 내용이라는 연구 논문을 출간함으로써 최초로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발달 연구를 시작하였다. 또한 그는 당시에 크게 주목받았던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발달에 적용하여 아동 발달이 발생적 심리학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 전통은 지금도 발달심리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특히 당시로는 드물게 청년기 발달을 중시함으로써 발달 연구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그는 오늘날 세계 심리학을 주도하는 미국 심리학회를 창립하였으며, 지금도 주요 학술지로 주목받는 여러 종류의 아동 발달 관련 학술지를 창간하였다. 아동 연구에 발생학적 모델을 적용시킴으로써 아동심리학의 확립에 크게 기여한 학자가 Arnold Gesell이다. 그는 심리학과 의학을 함께 전공하며 아동 발달 과정을 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토하였다. 그는 태내 배아의 성장 과정을 관찰함과 동시에 출생 후 초기 신체 및 운동 기능의 발달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여 '머리 쪽에서부터 아래로', '몸의 중심부에서 말초부로', '대근육을 사용하는 큰 운동에서 소근육을 사용하는 미세 운동으로 이루어지는' 신체 발달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였다. 특히 정상적인 아동은 모두 동일한 순서를 거치지만 그 성장 속도는 상이하며, 이러한 성장 속도가 기질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주장한 것은 최근 발달심리학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질에 따른 개인차 연구가 이미 50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놀라움을 갖게 한다.
2. 청년연구
아동 연구와 마찬가지로 청년 연구도 발달심리학에서 오랫동안 연구되어 온 분야이다. 청년 연구를 체계적으로 시작한 최초의 학자는 바로 앞에서 언급한 Hall이다. Hall은 철학적이며 관념적이던 청년 연구에 오늘날과 같은 과학적이며 경험적인 방법을 적용한 학자이다. Hall은 청년 발달에 있어서 생물학적 요인을 강조한 이론가이다. 그는 성호르몬의 분비와 같은 생물학적인 성숙 요인들이 청년 발달의 방향을 결정하며 발달 과정을 통제한다고 믿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Hall은 청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 이름 짓고, 청년기는 급격한 성적인 성숙으로 인한 무한한 충동력과 정신적 에너지를 갖게 되며 성급하고 과격하며 격정적인 활동성을 초래한다고 설명하였다. 청년기를 동요, 갈등, 위기의 시기로 보는 Hall의 견해는 발달심리학의 청년기 관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으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계승되고 있다. 발달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청년기에 대한 Hall의 관점을 비판하면서 청년심리학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 이론가는 Margaret Mead이다. Mead는 1925년부터 2년간 사모아섬의 청년들을 관찰한 결과, 이들 청년들 속에서 서구사회의 청년들이 보여주는 질풍노도와 같은 갈등과 위기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Mead는 그 원인이 경쟁이나 성인으로서의 역할 압력이 없으며 인간관계가 조화롭고 따뜻한 사모아인의 문화적인 생활양식에 있다고 설명함으로써 청년기 심리적 특성의 문화적 상대론을 제시하였다. 청년기 발달적 특성을 생득적인 생물학적 요인이나 사회문화적 요인의 영향으로 구분지어 설명하려 했던 Hall과 Mead의 이론은 오늘날의 시각에서 볼 때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다. 모든 발달이 그러하듯이 청년기 발달 또한 분명히 생물학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특성이 상호작용함으로써 통합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all과 Mead의 청년 연구는 청년기 특유의 발달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경험적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 접근에 의해 검토했다는 점에서 그 여가적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3. 성인 및 노년연구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발달심리학은 그 기초를 주로 아동심리학에 두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 발달심리학이 성인과 노년기를 포함하는 전 생애적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그러나 독일 발달심리학은 일찍부터 발달을 전 생애에 걸쳐 변화 과정으로 고려하는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생애발달연구가 주로 독일 Max Planck 인간발달 및 교육연구소에 있는 Baltes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그 전통을 잘 보여준다.발달심리학에서 성인과 노년기 연구는 주로 두 가지 접근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우리의 전 생애에서 가장 긴 기간을 차지하고 있는 성인 및 노년기의 지능, 기억, 성격 등 여러 영역에서의 심리적 특성들을 진단하고 이해하며 아동기나 청년기 발달 양상과의 차이점을 밝히려는 단계 중심적인 접근이다. 두 번째는 특정 심리적 특성이 전 생애에 걸쳐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변화의 양상을 밝히고자 하는 과정 중심적인 접근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성격을 구성하는 여러 요인 중 노년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가장 일관성 있게 지속되는 요인은 무엇이며, 환경의 영향에 의해 가장 쉽게 변화하는 요인은 무엇인가를 찾고자 하는 연구는 후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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