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심리학의 이론적 접근(2)

3. 정신분석학적 접근

발달심리학에서 정신분석학적 접근은 유명한 정신과 의사인 Freud의 정신분석이론을 인간의 성격, 정서 등 정의적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데 적용함으로써 출발되었다. Erickson은 Freud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 인간 발달을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검토하였다. Freud와 Erickson의 정신분석학적 접근에서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본 욕구와 이를 충족시키거나 억압하는 사회적 요인 간의 갈등과 그 극복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성격 구조를 중시하고 있다. 이들 이론에서도 인간의 연령에 따른 갈등 극복 양상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성격 구조는 질적인 변화를 갖는다고 가정하고 성격 발달 단계를 설정하고 있다. Freud와 Erickson은 같은 정신분석학적 접근에 속하면서도 내적 갈등을 설명하는 요인의 어느 측면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관점을 달리하고 있다. Freud는 성욕이나 공격 욕 등 인간의 보다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인 욕구의 표출을 강조하는 반면, Erickson은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억압하는 사회적 요인의 역할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Freud의 이론을 심리성적 이론이라 부르는 반면, Erickson의 이론은 심리사회적 이론이라 부른다.

 

(1) 심리성적 접근

Freud에 의하면 인간의 성격 발달은 성격 구조를 구성하는 원욕, 자아, 초자아 세 요인의 구조와 기능의 변화 과정이다. Freud는 인간은 태어날 때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력한 정신신체 에너지인 리비도를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출생 시 영아의 리비도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쾌락 원리에 지배되는 원욕만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본능적인 욕구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다. 2세경에 아동의 신체운동적 기능이 성숙되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되면 자아가 형성된다. 자아가 형성됨에 따라 영아는 점차 원욕에 의해 통제되는 초기 단계로부터 사회적으로 적합한 수단에 의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현실 원리에 지배되는 존재로 바뀌어 간다. 대개 4~5세경에 성격 구조를 형성하는 마지막 영역인 초자아가 형성되면서 아동은 도덕, 가치, 질서, 양심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2) 심리사회적 접근

인간은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생득적 경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내재적 욕구가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져 간다는 것을 인정하는 점에서 Erickson은 Freud와 같은 발달 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Erickson은 발달의 초기에서부터 영아는 일반적으로 쾌락 원리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거나 억압하는 사회적 요인들과 내재적 욕구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자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Freud가 원욕의 기능과 역할을 보다 중시하는 데 반해, Erickson은 원욕과 사회적 요인을 조정하는 자아의 역할을 보다 강조한다. Erickson은 인간의 발달을 일련의 위기의 극복 과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Erickson 이론에서 위기란 변화하는 내재적 욕구와 환경적 경험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젖을 먹고 싶은 욕구를 가진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환경적 요인을 만나게 되면 영아의 자아는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안정감과 신뢰감을 획득하게 되고, 반대로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부정적 경험을 갖게 되면 자신의 존재에 때로는 불안감과 불신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욕구와 환경적 요인 간의 관계에서 오는 부정적 경험 대 긍정적 경험이라는 양극적 위기를 영아의 자아가 어떻게 극복하고 통합하느냐에 따라 영아기의 성격 발달 양상이 결정된다. Erickson은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친 발달 과정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최초의 학자이다. 그는 인간의 성격 발달 단계를 신뢰성 대 불신감, 자율성 대 수치감, 주도성 대 죄의식, 근면성 대 열등감, 자아 정체성 대 정체감 혼미, 친밀성 대 단절감, 생산성 대 침체감, 자아 통합성 대 절망감의 여덟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4. 생태학적 접근

생태학적 접근은 인간의 발달을 개인이 몸담고 있는 실제 삶의 맥락 내에서 이해하고 연구하고자 하는 접근을 취한다. "실험실에서 삶으로"라는 말은 생태학적 접근이 지향하는 발달 연구의 방향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생태학적 접근은 최근 발달심리학의 여러 영역에서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경향이며, 특히 지각 발달과 성격 및 사회성 발달 연구에서 중시되고 있다.

 

(1) 동물행동학적 관점

발달심리학에서 동물행동학적 관점은 초기 동물행동학자인 Lorenz와 Tinbergen 등이 종 특유의 행동 연구에 끼친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동물행동학자들은 가시고기의 구애 행동, 거위의 어미 추종 행동 등 이전에 단순히 본능이라 생각했던 종 특유의 행동들이 실제로는 환경 내의 특정 유발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알에서 깨어난 거위가 어미 거위를 따라가는 행동은 움직이는 대상을 따르려는 생득적 경향성과 알에서 깨어난 후 일정 시간 내에 환경 내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대상이 제공되는 환경이 만날 때 각인되는 종 특유의 행동이다. 동물의 종 특유의 행동이 획득되는 각인 과정은 인간의 여러 행동 특성의 발달을 설명하는 데 매우 유용한 개념으로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의 미소, 울음, 아기다운 귀여움은 어머니의 아기를 보살피는 모성 행동을 유발하는 중요한 유발 자극이다. 아기와 어머니 간의 애착 또한 생득적인 것이 아니라 출생 후 일정 기간 내 각인을 통해 학습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동물행동학은 모든 문화권의 인간이 공통적으로 갖는 발달의 생물학적 뿌리를 탐색하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각인을 비롯한 동물행동학의 연구 결과들은 인간의 발달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각인이 출생 후 일정 기간 내에만 이루어지며,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종 특유의 행동 획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발달에 있어서 결정기 개념의 타당성을 입증해준다. 특히 동물행동학은 일상생활 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자연 관찰 방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되었다.

 

(2) 생태학적 관점

생태학적 접근에서는 가족, 지역 사회, 문화 등 인간이 몸담고 있는 생태 환경을 보다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이들 환경 체계와 개인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을 인간 발달 연구의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이 접근의 대표적인 학자인 Bronfenbrenner의 이론을 간단히 살펴보자. Bronfenbrenner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생태 환경을 가장 가까운 것에서부터 가장 먼 것에 이르기까지 네 개의 층으로 구분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층인 미시체계는 가정, 학교, 또래 집단, 놀이 마당처럼 아동의 발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경 맥락이다. 이들 미시체계가 아동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유아기와 아동기에 주로 작용하던 가정 맥락이 청년기에 그 중요성을 잃게 되는 것처럼,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변화한다. 다음 층인 중간체계는 아동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미시체계 맥락들 간의 상호 관계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아동이 다니는 학교와 아동의 또래 집단의 특성은 상호 관계를 가지며 아동기의 중간체계를 형성한다. 외체계는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만 직접적인 역할은 하지 않는 생태 환경을 의미한다. 부모의 직장, 이웃, 교회 등은 아동기 외체계의 대표적인 예이다. 집을 자주 비우는 아버지의 직업은 아동이 직접 몸담고 있지는 않으나, 아동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외체계의 기능을 잘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거시체계는 중간체계와 외체계를 포괄하는 체계로서 각 문화권 특유의 가치, 태도, 신념, 이데올로기 등이 이에 속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한국에서 자라는 것과 일찍이 미국에 이민 가서 자라는 경우, 그 아이가 보여주는 여러 발달적 특성들은 두 문화권의 차이에 의해 크게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