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의 심리학과 마찬가지로 발달심리학의 연구에서도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여러 자료 수집 방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때로는 발달심리 특유의 목적에 따른 발달심리 특유의 방법을 적용하기도 한다. 앞에서 이미 설명했듯이 발달연구의 주목적은 특정 단계에 있는 아동의 발달적 특징들을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이들 특징들이 연령에 따라 변화해 가는 과정과 그 기제들을 밝히는 데 있다. 이러한 목적에 비추어 발달심리학의 연구방법을 크게 연구 유형, 자료 수집 방법, 연구 설계의 세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 연구 유형
(1) 상관연구
상관연구는 인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인들의 상호 관련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들이다. 아동의 TV 시청 시간과 사회성 발달 수준 간의 관계, 어머니의 자녀 양육 방식과 아동의 공격적 행동 간의 관계, 사회경제적 계층과 인지 발달 수준 간의 관계에 관한 연구 등은 상관연구에 속한다. 상관연구는 단순히 변인들 간에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따름이지 인과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상관연구를 통해 TV를 보는 시간이 길수록 아동의 사회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면, 이를 TV 시청이 아동의 사회성을 낮추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TV 시청 시간이 길어서 사회성이 낮아질 수도 있으나, 반대로 사회성이 낮기 때문에 TV 시청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관연구는 변인 간의 양방적인 관계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일방적인 인과관계를 밝혀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2) 실험연구
실험연구는 인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 간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들이다. 앞에서 예를 든 아동의 TV 시청 시간이 아동의 사회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의 인과적 관계는 실제로 아동에게 TV를 보는 시간량을 달리하여 시청시킨 뒤 또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실험연구를 통해 밝혀볼 수 있다. TV 시청이 아동의 공격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Bandura의 실험은 발달 분야 실험연구의 대표적인 예가 된다. 이 실험에서 서로 조건이 유사한 두 집단의 아동을 선정하여 실험 집단에게는 일정 기간 동안 공격적인 놀이가 담긴 내용의 TV를 보여주는 반면, 통제 집단에게는 이를 보여주지 않았다. 일정 기간의 실험처치가 끝난 후, 공격적인 내용의 TV를 시청한 실험 집단의 아동들이 통제 집단의 아동들보다 놀이 장면에서 실제로 보다 많은 공격적 행동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이처럼 실험연구는 공격적 TV 시청이라는 독립변인이 아동의 공격적 행동이라는 종속변인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실험적인 처치를 가해 봄으로써 그 인과적인 관계를 밝혀내고 있다. 이 외에도 친사회적 행동 촉진 훈련 효과를 검토하는 등 발달심리 분야에서 많은 인과적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험연구는 독립변인의 처치 조건을 다양화함으로써 여러 형태의 인과관계를 밝혀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TV 내용을 공격적 행동이 보상받는 경우와 처벌받는 경우로 구분하거나, 공격적 행동이 담긴 TV 내용을 시청하는 시간을 여러 조건으로 나누어 보거나, 주인공의 성별 특성을 구분함으로써 TV 시청과 관련되는 제반 요인들이 아동의 공격적 행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 볼 수 있다.
실험연구는 인간 발달에 관여되는 변인들 간의 인과적 관계를 보여주는 가치로운 방법이기는 하지만, 실험 조건의 인위성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노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친사회적 행동을 촉진하는 훈련을 받은 집단의 아동들은 인위적인 실험 장면에서는 다른 아이들을 돕거나 자신의 물건을 나누어 주는 등 높은 수준의 친사회적 행동 경향을 보이지만, 그들의 일상생활에서는 이러한 행동이 급격하게 감소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실험연구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인위적인 실험실 실험 대신에 흔히 유치원, 학교, 가정, 양로원 등 피험자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험을 실시하는 현장 실험 또는 자연적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3) 사례연구
사례연구란 한두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얻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발달의 일반적인 양상을 추론하는 연구를 의미한다. Piaget가 자신의 세 아이를 대상으로 한 관찰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뛰어난 인지발달 이론을 유추해 낸 경우처럼, 발달심리에서 사례연구는 일찍부터 사용되어 온 중요한 연구 유형이다. 소수의 피험자의 전 생애의 회고를 통해 인간의 삶의 발달적 변화 과정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내고자 하는 자서전적 기억 방법은 최근에 발달 분야에서 주목받는 사례연구의 새로운 형태이다. 사례연구는 관찰, 실험, 면접 등 다양한 기법을 동시에 사용하여 개인의 발달 과정을 면밀히 분석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소수의 사례를 전체적인 발달 과정에 일반화하는 데는 문제가 따를 수 있다. Piaget의 연구 결과들 중의 일부가 많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들에 의해 비판받고 있는 것은 사례연구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2) 자료 수집 방법
상관연구, 실험연구, 사례연구의 어느 연구 유형을 사용하든 간에, 모든 형태의 연구에서는 실제로 자료를 수집하는 구체적인 절차를 필요로 하게 된다. 심리학의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발달심리학에서도 검사법, 조사법, 관찰법, 면접법 등 다양한 자료 수집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다. 발달심리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자료 수집 방법을 다음의 두 범주로 묶어볼 수 있다.
(1)자기보고법
자기보고는 자신의 생각, 태도, 관점 등을 스스로 평가하고 보고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심리적 특성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각종 검사, 질문지 또는 면접이 자기보고에 사용된다. 자기보고는 타인이 식별해내기 힘든 개인의 내재적 특성을 진단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자신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경험 내용을 선택하거나 왜곡함으로써 자료의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힘든 단점이 있다. 특히 내적 성찰 능력이나 언어능력의 한계가 있는 나이 어린 아동들에게는 적용하기 힘든 제한점이 있다. 어린 아동의 발달적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흔히 자녀에 대한 부모보고를 대신 사용한다. 최근에 많이 연구되고 있는 유아의 기질 연구는 대부분 부모보고에 의존하고 있다.
아동으로부터 직접 자기보고에 의한 자료를 수집하더라도 그 자료의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같은 내용을 부모, 또래, 교사의 보고를 통해 보완하는 방법도 흔히 사용된다. 예를 들어, 아동의 조망 수용 능력을 연구할 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면접에 의해 자기보고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또래 친구나 교사들과의 면접을 통해 그 아동에 대한 보고 자료를 수집하고 이들 자료를 통합하여 보다 신뢰로운 조망 수용 능력 수준을 진단할 수 있게 된다.
면접에 의한 자기보고는 구조화된 질문지에 의한 자기보고에 비해 연구 대상의 생각이나 관점을 있는 그대로 보다 자유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Piaget의 준임상적 면접 기법에서 볼 수 있듯이, 대상의 응답에 따라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질문을 던져가는 방법은 고전적이면서 지금도 발달심리 분야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기법이다.
최근 성격발달 연구에서 사용되고 있는 사고 표집 방법은 특히 흥미로운 자기보고법의 일종이다. 이 방법은 무작위로 특정 순간에 개인에게 무선 호출기를 통해 신호를 보내고, 그 순간에 자신의 내면에 흘러가고 있는 생각을 말하게 하거나 기록하게 하는 기법이다. 때로 새로운 생각이 일어나면 피험자가 연구자에게 신호를 보내어 진술하기도 한다. 이 방법은 보다 자연적인 상황에서 개인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밝힐 수 있으므로 생태학적 측면에서 매우 가치로운 현장 중심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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