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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심리학

인간발달의 기저

by 린유리 2024.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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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달의 생물학적 기저

인간의 발달은 난자와 정자가 결합하는 수정의 순간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정된 수정체가 세포분열을 시작할 때 이미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수정의 순간에 인간 생명체는 성의 구분, 유전적 특성과 정상 여부 등 전 생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발달적 특성을 갖게 된다. 이들 특성들이 수정 시에 어떠한 생물학적 기제에 의해 결정되는가를 아는 것은 인간 발달의 기초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1) 수정과 세포분열

수정 시 정자가 난자와 결합하여 수정된 난자, 즉 수정체가 된다. 수정체의 세포가 빠른 속도로 세포분열에 의해 그 수를 늘려감으로써 발달이 시작된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된 수정체는 그 구조와 기능이 상이한 성세포와 체세포의 두 유형의 세포로 구성된다. 성세포는 생식기를 형성하게 되며, 체세포는 뼈, 근육, 소화기, 순환기 및 신경계를 형성하게 된다. 정상적인 남녀의 체세포는 46개의 염색체로 구성된다. 체세포는 유사분열에 의해 증가한다. 유사분열은 양쪽 부모의 세포의 핵 내에 있는 23쌍의 염색체가 분리되어 각 염색체가 이전의 자기 짝과 똑같은 염색체를 만들어냄으로써 동일한 다른 한 쌍의 염색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성세포는 그 크기가 각각 다르다. 난자는 인체에서 가장 큰 세포이며, 정자는 가장 작은 세포이다. 난자는 정자의 9만 배의 무게를 가졌다고 하나, 실제로 그 크기는 아주 작은 점보다 더 작은 것이다. 성세포는 체세포와 달리 감수분열에 의해 염색체의 수를 반으로 줄여간다. 난자와 정자에서 각각 23개씩의 염색체를 받아 23쌍의 염색체를 가진 수정체의 성세포는 이를 반분하는 세포분열 과정을 거쳐 난자와 정자가 각기 23개씩의 염색체만을 갖게 된다. 이렇게 해서 다시 난자와 정자가 만나면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수정체를 형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 성의 결정

앞에서 설명했듯이 난자와 정자는 각각 23개씩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결합한 수정체는 46개의 염색체를 갖게 된다. 난자와 정자가 갖는 23개의 염색체 중 22개는 그 크기, 구조, 그리고 기능이 유사한 상동체를 이룬다. 나머지 23번째의 염색체는 성염색체이다. 어머니의 성염색체는 XX이므로 모든 난자는 X염색체만을 가지나, 아버지의 성염색체는 XY이므로 정자의 일부는 X, 일부는 Y염색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수정 시에 X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 XX로 여아가 되며, Y염색체를 가진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 XY로 남아가 된다. 남아와 여아가 수정되는 비율은 대체로 120:100이며, 실제로 출산되는 비율은 106:100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아 출산의 수적인 우위는 뒤에 설명할 각종 성염색체와 관련된 질병과 후천적인 삶에서 남아가 여아보다 생명을 잃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평형을 이루게 된다.

 

3) 유전적 특성의 결정

염색체에는 그 길이를 따라 수많은 유전인자들이 마치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다. 46개의 염색체로 구성되는 하나의 세포에는 약 1억 개의 유전인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유전인자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을 결정하는 기본 단위이다. 유전인자는 나선형 사다리꼴 모양을 한 데옥시리보핵산, 즉 DNA의 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DNA의 바깥쪽 긴 고리는 당과 인으로 이루어지며, 안쪽의 짧은 고리는 아데닌, 티민, 시토신, 구아닌의 네 종류의 상이한 질산염기로 구성된다. 이 안쪽의 질산염기에 유전적 정보들이 저장되어 있다. DNA는 리보핵산, 즉 RNA의 기능을 방향짓는 주형이다. RNA는 세포의 핵으로부터 DNA가 내린 지시를 세포 바깥쪽에 있는 세포질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이처럼 어떤 세포가 궁극적으로 장기, 피부, 뼈, 신경계, 근육 등 신체의 어느 부위를 형성하는가는 RNA에 보내는 DNA의 신호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전인자들 중의 어느 하나에라도 결함이 있으면 정상아와 다른 발달 장애가 나타나게 된다. 염색체에는 발달상의 각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인자들이 특정 부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대립유전자라 부른다. 어머니와 아버지 쪽에서 각각 상이한 대립유전자가 올 수 있으므로 둘 또는 그 이상의 다양한 대립유전자가 형성될 수 있다. 만일 양쪽 부모에게서 같은 대립유전자가 전수되면 이때 대립유전자의 결합 형태는 동질접합이다. 반대로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가 전달되면 이질접합이 된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 쪽에서 동일하게 갈색 눈의 대립유전자가 전달되면 이때 아이의 눈 색깔의 대립유전자는 BB로 동질접합이다. 반면, 아버지로부터 갈색 눈(B)의 대립유전자를 받은 한편, 어머니로부터 검은색(b)의 대립유전자를 받으면 이때 형성된 대립유전자의 결합 형태는 Bb로서 이질접합이다. 대립유전자의 결합 형태가 동질접합이면 아이의 실제 눈 색깔은 명백하게 갈색이다. 대립유전자의 결합 형태가 이질접합이면 아이의 실제 눈 색깔은 검은색과 갈색 중 어느 쪽이 우성이며, 어느 쪽이 열성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4) 염색체 결함

수정 시 염색체 자체에 결함이 있거나 염색체의 결합에 잘못이 생기면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발달 장애들이 나타날 수 있다.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의 약 1%는 진단을 통해 식별해낼 수 있는 염색체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염색체 결함에서 오는 대표적인 장애가 다운증후군이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배열에서 21번 염색체가 3개일 때 나타나는 장애이다. 다운증후군은 신체적 장애와 지적인 장애를 함께 동반하며 외모에서 뚜렷이 장애의 징후가 나타난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눈꼬리가 치켜올라가고, 뒷머리 모양이 납작하며, 목이 짧고, 혀가 삐죽 나오며, 코가 작은 특징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흔히 손가락의 길이가 매우 짧으며, 걸음걸이가 어색하고 불안정해 보이기도 한다. 백혈병, 심장병, 순환계 질환에 잘 감염되어 조기사망률이 높았으나, 근래에는 치료 효과가 높아 생존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다운증후군은 생후 첫 1년 동안은 정상아와 구분이 어려우나, 한 살 이후부터 환경 내의 여러 자극에 대한 변별이 어렵고, 반응이 느리며, 무감각하고, 정서적인 표현이 없는 등 여러 인지발달적 장애를 보이게 된다. 성장하면서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낮은 지능의 정신지체를 보이지만, 부모와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교육적 배려가 있으면 스스로 기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만큼 훈련이 가능하다. 성격은 밝고 사람을 좋아하며 정상적인 사회성을 보이기도 한다. 왜 염색체의 수가 증가하여 다운증후군이 되는가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다운증후군은 산모의 연령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보고에 따르면 산모가 30세일 때 다운증후군이 나타날 확률은 1:885이며, 35세일 때는 1:365, 40세에서는 1:109, 45세에서는 1:32, 49세에서는 1:12의 높은 확률로 증가한다. 이는 아마도 다운증후군이 산모의 연령 증가에 따른 태내 이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지만 명확한 기제는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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