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발달심리학에서도 인간의 발달적 변화가 일어나는 근본적인 과정과 원리를 설명하는 몇 가지 이론적 접근을 찾아볼 수 있다.
1.학습이론적 접근
(1) 행동주의적 접근
개에게 종소리와 고기를 반복적으로 함께 제시하면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리게 된다는 Pavlov의 조건반사 실험을 생각해보자. 이 실험 과정에서 개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개는 종소리와 고기를 제시하는 실험자의 조작에 의해 수동적으로 학습하고 있을 따름이다. Pavlov의 실험 절차를 아기에게 그대로 적용한 Watson의 실험을 생각해보자. 아기에게 흰쥐를 보여주면 아기는 흰쥐를 겁내지 않는다. 그러나 흰쥐를 보여줄 때 큰소리를 함께 들려주면 곧 큰소리에 대한 공포가 흰쥐와 결합되어 아기는 흰쥐만 보고도 두려워한다. 흰쥐를 두려워하게 되는 과정에서 아기는 어떤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
고전적 조건형성 실험 과정에서 동물이나 인간은 철저하게 수동적인 역할을 할 따름이다. 행동주의 학습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자신의 발달 과정에 아무런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환경에 의해 통제되는 존재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행동주의 학습이론의 인간관을 환경결정론이라 부른다. 아동의 발달 과정에 선천적으로 부여된 소인이나 개인차를 인정하지 않는다. Watson의 말은 학습이론이 갖는 인간발달관을 잘 드러내는 예가 된다. Skinner의 조작적 조건형성이론도 환경결정적 인간관을 근거로 하고 있다. Skinner 상자에서 쥐가 지렛대를 누를 때 먹이를 주면 다른 반응들은 소멸되고 지렛대 누르는 반응만 남게 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쥐는 왜 지렛대 누르는 행동을 획득하게 되는가? 이는 환경이 그 행동에만 결과적으로 보상을 주어 강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Skinner 이론에서 아동이 갖는 여러 심리적 특성은 환경이 아동 행동의 어느 측면을 강화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Skinner 이론에서 볼 때 발달은 강화의 역사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부모나 교사들이 아동이 일상생활 속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행동들의 어느 측면을 강화하느냐에 따라 아동의 행동이 결정된다. 실제로 가정에서 아이들이 조르거나 짜증을 낼 때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게 되면 이러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들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동의 행동이나 성격 형성에 환경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2) 사회학습이론적 접근
사회학습이론에 의하면 아동은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행동을 획득하게 된다. Bandura의 한 고전적 실험 결과에 의하면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또래 모델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관찰한 4세 아동들은 그러한 영화를 보지 않은 같은 조건의 아동들보다 자신의 행동에서 훨씬 많은 공격성을 나타냈다. Bandura는 이처럼 관찰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모델이 공격적 행동을 통해 얻게 되는 보상을 자신이 대리적으로 경험하는 대리적 강화의 기제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Bandura의 사회학습이론은 아동이 성인들의 생각과 행동을 모방하거나 또래 집단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심리적 특성들을 획득하고 발달시켜가는 과정을 잘 설명해준다. 행동주의 학습이론과 사회학습이론을 포함해서 학습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발달은 환경이 어떠한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의해 달라진다. 따라서 주어진 환경에 적절히 대처해 나가는 개인의 능동적이며 주관적인 노력과 그 결과로 이루어지는 변화는 이 관점에서는 무시된다. 또한 이 입장에서 발달은 특정 자극에 대해 새로운 반응을 획득함으로써 학습 경험이 서서히 누적되어 이루어지는 일련의 점진적이며 연속적인 변화 과정이다. 따라서 한 개인의 발달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그 개인이 지녀온 독특한 경험 내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학습이론적 관점은 단편적인 행동이 획득되는 기제를 설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자연적인 일상의 삶의 과정에 능동적으로 적응해가는 개개인의 발달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인지론적 접근
인간의 대부분의 심리적 특성들이 환경에 의해 수동적으로 획득되는 것으로 간주하는 학습이론가들과는 달리 인지론에서 인간은 능동적으로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 사고하고 정보를 처리하며 새로운 표상과 지식을 저장하고 구성하며 창조해나가는 적극적이며 주도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인지론적 접근에서 볼 때 발달은 객관적인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환경적 요인들을 받아들이고 처리해 가느냐의 주관적인 경험 내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최근에 인지론은 발달심리학의 가장 대표적인 접근이 되고 있으며 이 책의 많은 부분들은 이 접근에 따르는 연구 결과로 채워질 것이다. 여기서는 간략하게 Piaget의 인지발달적 접근과 정보처리적 접근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1) 인지발달적 접근
Piaget는 생물체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 구조를 바꾸어가듯이 인간은 주어진 환경 내의 사태를 이해하고 이에 적절히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내재적인 정신구조를 바꾸어 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의 성장에 따른 정신구조의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곧 인간 발달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된다. Piaget에 의하면 정신구조는 자신이 가진 기존의 구조에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동화와 외계의 새로운 정보에 맞추어 자신의 구조를 바꾸어가는 조절의 두 과정에 의해 발달한다. 예를 들어 빨기 구조를 가진 영아가 입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빠는 것은 동화의 과정이며 매번 빨 때마다 대상의 크기와 모양에 맞추어 입모습을 바꾸어가는 것은 조절의 과정이다. 동화와 조절이 반복되면 아동의 정신구조는 항상 점진적인 발달이 일어나게 된다. Piaget는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이루어지는 정신구조의 발달적 변화는 질적인 차이를 갖는 일련의 단계로 구성된다고 보며 이를 감각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형식적 조작기의 네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 단계는 외적 행동의 양적인 변화에 내재하는 정신구조의 질적 변화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다.
(2) 정보처리적 접근
인간의 내재적인 정신작용의 변화를 발달의 주요 과제로 삼으면서도 인지발달적 접근과는 달리 정보처리적 접근에서는 아동이 바깥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표상하고 저장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장된 표상이 변용되며 또한 효율적으로 인출하는 정보처리의 과정을 주요 연구의 대상으로 한다. 정보처리적 관점에서 발달이란 주로 아동이 동시에 정보를 처리해 나갈 수 있는 정보처리 역량의 변화와 적합한 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부호화하며 처리해 나갈 수 있는 정보처리 방략의 효율성이 변화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다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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