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달심리학

지각발달

by 린유리 2024. 12. 13.
반응형

지각은 감각기관에 들어온 자극에 통합성을 부여하여 경험으로 자각하기까지의 과정을 의미한다. 인간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환경과 환경 내의 여러 대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변별하는 일은 생존과 적응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의 기초로서의 지각발달을 이해하는 것은 인지발달 연구의 주요 영역을 차지한다. 근래에 알려진 바로는 대부분의 중요한 기본적인 지각적 능력은 생후 1년 사이에 거의 발달이 완성된다. 따라서 이 절에서 다루어질 지각발달의 내용들은 주로 영아기의 지각발달에 관한 것이다. 이 절에서는 먼저 영아기 지각발달에 관한 여러 흥미 있는 사실들을 어떻게 밝혀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영아기 지각을 연구하는 방법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다음으로 영아기의 시지각과 소리지각의 발달 양상을 살펴본 후 영아기 이후의 지각발달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검토해보고자 한다.

 

1) 지각발달 연구의 접근과 방법

(1) 정신물리학적 접근

정신물리학은 물리적 자극과 심리적 경험 간의 양적 관계에 관심을 갖는 심리학의 한 분야이다. 따라서 정신물리학적 접근에서 지각발달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형태나 소리를 식별하는 데 필요한 자극의 최소 강도인 식역, 자극이 바르게 식별되고 있는가를 검토하는 지각의 정확성, 어떤 자극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는가에 관한 지각의 선호성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영아의 시각 및 청각의 예민성, 변별력, 선호성 등에 관한 많은 지식들은 이 접근에 따라 이루어진 연구들로부터 얻은 것이다. 정신물리학적 접근에서 영아기 지각 연구에 일종의 방법론적 혁명을 가져다준 것이 Fantz의 지각적 선호성 실험이다. Fantz는 영아 지각 실험 장치를 고안해냈다. 이 장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물체를 영아의 눈앞에 제시해 주고 영아가 그 물체를 응시하는 시간을 측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만일 영아가 어떤 물체를 다른 물체보다 더 오래 바라보면, 영아가 그 물체를 다른 물체보다 더 선호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곧 영아가 두 물체를 변별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영아의 지각적 선호성이나 변별 실험은 주로 습관화와 탈습관화 과정에 의해 실시된다. 예를 들어 영아에게 사람 얼굴을 보여주면 영아는 흥미를 가지고 사람 얼굴을 응시한다. 그러나 같은 사람 얼굴을 계속 보여주면 영아는 싫증이 나서 더 이상 사람 얼굴을 보지 않으려 한다. 이 상태가 습관화된 것이다. 사람 얼굴에 습관화된 영아에게 강아지 얼굴을 보여준다고 가정하자. 만일 영아가 사람 얼굴과 강아지 얼굴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영아는 습관화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강아지 얼굴을 응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강아지 얼굴이 사람 얼굴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 습관화에서 벗어나 새로이 강아지 얼굴을 호기심을 가지고 응시하게 될 것이다. 이 상태가 탈습관화이다.

어떤 형태에 대해 탈습관화가 나타난다면 이는 곧 영아가 습관화되었던 이전의 형태와 새로운 형태를 변별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 된다. 또한 습관화되기 전의 첫 번째 형태를 응시하던 시간보다 새로운 형태를 더 오래 바라보면 이는 새로운 형태를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습관화와 탈습관화 과정에 의해 이전에 몰랐던 영아의 지각 능력에 대해 놀랄 만큼 많은 사실들이 알려지게 되었다. 영아는 예상 밖의 우수한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생후 6~9개월 된 영아는 두 개와 세 개의 물체를 변별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영아가 일찍부터 수 개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 생태학적 접근

보다 최근에 지각발달 분야에서는 생태학적 접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각발달의 생태학적 접근은 개인이 몸담고 있는 환경 내 요소들을 지각하는 능력이 어떻게 발달하며 그러한 지각발달이 어떻게 생존과 적응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주 연구 대상으로 한다. 생태학적 접근의 대표적인 학자인 Gibson에 의하면 지각이란 모든 잠재적 자극으로부터 외계에 관한 정보를 탐색하고 발견하고 분화하는 과정을 통해 그 의미를 획득하는 적극적인 과정이다.

예를 들어 산삼을 캐는 사람이 산삼의 잎과 닮은 모양의 모든 풀잎들을 탐색해가는 과정에서 점차 다른 사람은 알아내지 못하는 미세한 차이에 의해 산삼의 잎을 다른 잎과 변별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과정이 곧 지각발달이다. 생태학적 접근에서는 우리의 삶에 실제적인 의미를 갖는 환경 자극의 맥락적 특성을 강조한다. 일상의 환경 내에서 탐색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존과 적응에 도움이 되는 환경의 의미를 찾는 지각발달 과정을 적소 추구 과정이라 부른다.

생태학적 접근에서 볼 때 모든 지각발달은 곧 적소 추구 과정이다. 작곡가나 지휘자가 음의 미세한 차이에 대한 청각적 예민성을 키워가게 되는 것도 모두 적소 추구에 따른 지각발달의 과정이다. 적소 추구로서의 지각발달은 출생 후 1년 사이에 크게 이루어진다. 영아는 물체가 다가오고 사라지는 것과 같은 움직임으로부터 의미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지각적 능력이 있으므로 다가오는 물체를 피하는 적응 행동이 가능하다. 점차 성장함에 따라 천을 당겨 그 위에 있는 물건을 손에 넣거나 원통의 크기와 자신의 몸의 크기를 시각적으로 비교하여 적절한 크기의 원통으로 들어가거나 자신이 안전하게 뛰어내릴 수 있는 책상의 높이를 변별하거나 장애물을 피해 걷는 등의 생태적 의미가 큰 여러 가지 지각적 발달 양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2) 영아기 시지각 발달

사물이나 대상의 형태를 변별하고 선호하는 형태 지각과 낭떠러지의 위험을 깨닫는 것과 같이 영아의 생존에 의미가 큰 깊이 지각은 영아기 시지각 발달을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가지 지각적 측면이다.

형태 지각

영아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형태를 식별하는 시각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성인들의 시력과 비교해볼 때 다소 빈약한 것이다. 영아가 형태를 정확하게 식별하는 시력은 대체로 20/200에서 20/600 스넬른 사이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상 성인의 시력이 20/20 스넬른이며, 20/200 스넬른이 법적 맹인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신생아의 시력 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6개월 후면 영아의 시력은 20/70이 되며, 만 1세가 되면 성인의 수준에 이른다.

영아는 태어날 때 빨강, 초록, 흰색은 서로 구별할 수 있으나 다른 색깔들은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출생 후 4개월이 되면 성인과 같은 수준의 색깔 변별력을 갖게 된다. 영아가 어떤 형태를 더 선호하는가는 많은 영아기 지각발달 연구자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온 문제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영아는 직선보다는 곡선을, 규칙적인 형태보다는 불규칙적인 형태를, 윤곽이 열려 있는 형태보다는 닫힌 형태를, 비대칭형보다는 대칭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나치게 단순한 형태보다 적당히 복잡한 형태를 좋아한다.

영아는 언제쯤 사람의 얼굴과 다른 형태를 구별하고 선호하게 될까? 사람 얼굴의 변별과 선호 능력은 생태학적인 접근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시각적 능력이다. 일반적으로 영아는 3개월경에 사람 얼굴을 다른 형태보다 선호하기 시작하며, 비슷한 시기에 친숙하지 않은 얼굴보다 친숙한 얼굴을 더 선호하게 된다.

반응형

'발달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년기 발달이론(인지발달적 접근)  (0) 2024.12.16
지각발달(2)  (2) 2024.12.14
반사 및 운동기능의 발달  (2) 2024.12.13
신체 및 운동기능의 발달  (2) 2024.12.12
태내발달  (0) 202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