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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심리학

지각발달(2)

by 린유리 2024.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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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지각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적 환경 내에는 장애물 틈, 벼랑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영아가 이들 요소들을 정확하게 지각하고 피하는 것은 생존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지각 능력의 발달은 생태학자들이 말하는 적소 추구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영아의 공간 지각 중에서도 깊이 지각은 가장 많은 연구와 논란이 진행되고 있는 주제이다. 이 연구를 최초로 시작한 Gibson과 Walk는 시각 벼랑 실험 장치를 고안하였다. 이 장치의 한쪽은 넓고 평평한 탁자의 표면 위에 바둑판 무늬가 있는 천을 깔고 그 위에 수평으로 된 유리판을 놓았다. 장치의 다른 편은 탁자의 표면이 없는 데에도 같은 바닥에 같은 무늬를 깔고 탁자와 같은 높이에 투명한 유리판을 깔아 비춰 보이도록 하여 낭떠러지이지만 아기가 기어가도 떨어지지 않도록 해두었다. 이 장치의 탁자 표면이 있는 쪽 끝에 이제 막 기기를 시작한 영아를 엎어두고 벼랑 쪽 끝에 어머니가 앉아서 아기를 기어오도록 유인하였다. 이 실험에서 확인하고자 한 것은 어머니를 향해 기어오던 영아가 시각 벼랑 앞에서 기어오기를 멈추거나 무서워하는 등 낭떠러지를 지각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인가의 여부였다. 이 실험에서 7개월을 전후해서 길 수 있는 연령에 다다른 대부분의 영아는 시각 벼랑 앞에서 기기를 멈추고 머뭇거리는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반응은 이 시기의 영아가 낭떠러지의 위험을 인지할 수 있는 깊이 지각을 갖고 있음을 반영한다. 시각 벼랑 실험을 통해 이제 막 기기 시작하는 7개월경의 영아도 깊이 지각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이지만 학자들의 주 관심은 이 능력이 생득적인 것인가 또는 학습된 것인가의 여부에 있다. Richards와 Rader는 갓 태어난 염소, 병아리, 원숭이 새끼들도 시각 벼랑을 두려워하는 능력이 있음을 보고 깊이 지각은 생득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반하여 Campos 등은 고양이나 토끼와 같은 종의 새끼는 생후 수주일이 지나야 시각 벼랑 지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 능력이 학습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Campos 등은 2개월이 된 영아를 시각 벼랑이 있는 곳에 엎어두면 공포를 나타내며 우는 대신에 오히려 심장박동이 느려지며 조용해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반응은 영아가 시각 벼랑을 두려워하지는 않지만 주의를 기울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기는 시기의 영아는 시각 벼랑 앞에서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공포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상과 같은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영아가 시각 벼랑을 변별하는 지각 능력은 비교적 일찍 발달하지만 시각 벼랑에 대한 공포는 기기 시작할 무렵에야 비로소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각 벼랑 공포가 영아가 기기 시작할 무렵에 나타나는 것은 기는 행동과 시각 벼랑 지각 간에 관련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Bertenthal과 Campos는 기기 전의 영아를 보행기에 태우고 다니는 훈련을 시키면 시각 벼랑 지각이 촉진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이러한 사실들은 영아의 생존과 적응에 중요한 깊이 지각이 환경을 탐색하는 행동 경험과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3) 영아기 소리 지각 발달

영아가 갖고 태어나는 소리 지각 능력은 성인이 감기가 들었을 때 약간 귀가 먹은 것처럼 느껴지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아의 청각 능력은 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곧 성인의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전반적인 청각 능력의 예민성에 비해 영아의 소리 변별 능력은 매우 높다. Decasper와 Fifer는 빨기 조건형성 실험을 통해 영아가 출생 후 3일 만에 어머니의 음성을 낯선 사람의 음성과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영아에게 빈 젖꼭지를 물려주고 평균적으로 빠는 속도를 잰 다음에 보통보다 좀 더 빨리 빨 때마다 어머니의 음성을 들려주었다. 이렇게 해서 젖꼭지를 빨리 빠는 행동과 어머니의 음성이 결합되면 영아는 어머니의 음성을 들려줄 때마다 젖꼭지를 빨리 빠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렇게 조건형성된 영아에게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의 음성을 들려주었을 때 젖꼭지를 빨리 빨면 이는 영아가 어머니와 다른 여인의 음성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영아는 출생 후 3일 만에 명백하게 두 음성을 구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출생 후 2~3개월 된 영아는 b와 p, d와 t 같은 유사한 자음의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도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 결과들은 인간이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소리 지각 능력을 매우 일찍부터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아가 소리가 나는 방향을 식별하는 능력은 흥미로운 발달 양상을 따른다. 출생 직후부터 영아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식별할 수 있다. 그러나 2~3개월 후에는 이 능력이 사라졌다가 4~5개월경에 다시 나타나는 U형 발달 현상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출생 직후의 반사적 기능이 의도적 소리 지각 능력으로 대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4) 영아기 이후의 지각 발달

2세경에 접어들면서 유아의 지각 능력은 보다 정교화된다. 유아는 점차 단순한 도형보다는 선과 윤곽이 보다 복잡한 도형을 선호하며 새로운 형태를 탐색하고자 하는 호기심도 점차 커진다. 2세 이후 지각 능력의 계속적인 발달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유아의 지각적 탐색 능력은 몇 가지 한계를 갖는다. 첫째, 여러 개의 대상을 체계적으로 탐색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예를 들어 대상을 가지런히 체계적으로 제시하면 4~5세와 6~8세 아동의 탐색 능력에는 차이가 없으나 비체계적으로 아무렇게나 제시하면 모든 대상을 빠뜨리지 않고 지각하는 능력은 6~8세 아동이 4~5세 아동보다 높게 나타난다. 둘째, 과제 해결과 관련되는 가장 중요한 속성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이 부족하다. 같은 한 쌍의 서로 다른 그림을 보여주고 두 그림이 같은가를 물으면 유아들은 같다고 대답하는 오반응을 나타내는 빈도가 높다. 이는 그림 속의 창문들을 대략적으로 살펴볼 뿐 하나하나의 창문 내용을 선택적으로 면밀히 검토하는 지각적 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 유아는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속성을 동시에 지각하거나 이들을 통합하는 능력에 한계가 있다. '부분-전체 도형'을 보고 대부분의 6~7세 이전 유아들은 전체를 무시한 채 부분만을 지각하여 기린, 과자 등으로 대답하거나 부분은 무시한 채 전체만을 지각하여 하트 모양, 자전거로 반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반해 8~9세의 아동은 '기린으로 만든 하트 모양', '과자로 만든 자전거'로 반응하여 부분과 전체를 통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전 가능 도형'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아는 나무/백조, 나비/얼굴의 두 개의 역전 가능한 형태를 식별해내는 능력이 없다. 그러나 아동기에 들어서면 두 개의 형태를 식별해낼 수 있다. 대상을 체계적으로 탐색하고 관련 속성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여러 대상을 동시에 통합할 수 있는 유아기 지각 능력의 발달은 여러 인지적 조작이나 지적 과제 해결의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발달 과제이다. 따라서 유아기에 이러한 지각 능력의 발달을 촉진하는 교육적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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