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후부터 약 280일 동안 태아는 어머니의 체내에서 자라게 된다. 이 기간 동안 태아의 여러 신체 기관이 형성되고 기능이 시작되며, 기관의 크기와 무게가 급속히 증가한다. 태내 발달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기간 동안의 발달을 난체기, 배아기, 태아기의 세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태내 발달은 어머니의 체내에서 이루어지지만, 다른 어느 시기 못지않게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또한 그 영향은 치명적일 수 있다. 태아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인들을 이해하는 것은 정상적인 태내 발달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1) 태내 발달 단계
(1) 난체기
난체기는 수정에서부터 수정체가 나팔관을 거쳐 자궁벽에 착상하기까지 2주간의 시기에 해당된다. 수정체가 자궁벽에 착상함으로써 전 태내 발달 과정을 통해 지속될 모체와의 밀착된 의존 관계가 시작된다.
(2) 배아기
배아기는 수정 후 약 28주 사이에 해당되는 시기로서, 이 기간 동안 중요한 신체 기관과 신경계가 형성된다. 이 시기가 시작되는 34주경의 배아는 크기가 약 0.7cm이던 것이 이 시기의 끝 무렵이면 사람의 형태를 대체로 갖추게 되며 무게는 0.9g, 키는 약 2.5cm 정도가 된다. 배아기 동안에 수정체의 내면은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의 세 개의 층으로 분리된다. 외배엽으로부터는 머리카락, 손톱, 발톱, 피부의 외층, 감각세포 및 신경계가 형성된다. 중배엽으로부터는 근육, 골격, 순환계와 피부의 내층이 형성되며, 내배엽으로부터는 장기, 호흡기, 기관지, 폐, 췌장, 간 등의 기관들이 형성된다. 이 시기 말엽이면 심장과 뇌 등 형성된 순환계와 신경계가 기능을 시작하게 된다. 이들 신체 기관 외에도 태내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양수 주머니, 태반, 탯줄 등도 발달한다. 배아기 동안에 각 기관이 급속하게 형성되는 만큼, 바람직하지 못한 환경의 영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머니의 질병, 영양 결핍, 약물 등은 배아기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은 자연유산이나 각종 발달 장애로 나타날 수 있다.
(3) 태아기
태내 발달의 마지막 단계인 태아기는 수정 후 3개월부터 출산까지의 시기에 해당된다. 이 기간 동안 배아기에 형성된 각 기관의 구조가 더욱 정교화되며, 기능이 보다 원활해지는 등 빠른 발달을 보이게 된다. 근육 발달도 급격히 이루어지며 출생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완성되지만, 중추신경계도 이 기간 동안에 빨리 발달한다. 태아기가 시작되는 13~24주 사이의 태아의 크기는 약 30cm 정도이고 무게는 0.8kg이다. 태아기가 끝날 무렵인 25~32주에는 50cm와 3.4kg으로 증가한다. 4개월 말경이면 모체는 태동을 느끼며, 5개월에는 빨기, 삼키기, 딸꾹질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 5개월 말에는 손톱과 발톱이 생기며 부드러운 솜털이 나기 시작한다. 6개월에는 눈의 기능이 발달하여 깜빡일 수 있게 된다. 호흡기와 순환계가 기능을 하지만 완전하지 못하여 7개월 이전에 조산하면 생존할 확률이 낮다. 수정 후 28주는 흔히 생존 가능 연령이라 부른다. 7개월경부터 태아는 스스로 호흡할 수 있는 조건과 기능을 갖추기 때문에 이때부터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2) 태내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태아는 생리적으로 모체와 밀착되어 있으므로 모체를 통해 들어오는 각종 바람직하지 못한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로 인해 신체 및 정신적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태내 발달에 바람직하지 못한 영향을 미치는 태내 환경 조건들을 유형별로 살펴보자.
(1) 모의 영양 상태
수정에서 출산 시까지 태내 성장에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전적으로 모체가 섭취하는 영양에 의존하므로, 모의 영양 상태는 태아의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내 환경이 된다. 모체의 영양이 부족하면 유산과 사산의 가능성이 높고 발육이 늦으며 신체적으로 기형이 될 확률이 크다. 특히 임신 초기 영양의 결핍은 뇌와 신경계의 발달에 지장을 초래한다. 우간다 등 모의 영양 결핍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나라에서 보고된 사례를 보면 초기 극심한 영양 결핍으로 사산된 아기의 뇌의 무게는 정상 아기의 1/3에 불과하며, 신체 기관의 크기는 6~25%에 그쳤다. 전체적인 영양 상태뿐 아니라 특정 영양소의 결핍 또는 과잉 역시 태아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단백질 결핍은 골격, 콩팥, 장 기관의 발육을 저해하며, 비타민 부족은 신체 기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철분 부족은 자율신경계의 손상으로 나타난다.
(2) 모의 약물 복용
임신 중 약물을 복용하면 약물이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 약물에 따라서는 태아의 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입덧 치료제로 사용된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는 태아의 팔, 다리, 손가락, 발가락 등의 발육 부전을 초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져 사용이 중단되었다. 또한, 진정제와 수면제도 태아에게 유해하며, 특정 항생제는 치아 변색 및 골격 형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마약이나 니코틴과 같은 중독성 물질 역시 태아의 발달에 치명적이다. 특히, 임신 중 음주가 태아의 신체적·지적 장애를 초래하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FAS)'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3) 모의 질병
임신 중 어머니가 바이러스성 질병에 감염되면 태아의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풍진에 감염된 경우 태아의 심장, 눈, 귀, 신경계 등에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홍역이나 수두 바이러스도 태아의 성장과 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연유산을 초래할 수 있다. 임신 중 당뇨병도 태아의 체중 증가와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임신 초기부터 어머니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4) 모의 스트레스
심리적 스트레스는 태아의 성장 및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머니가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코르티솔 등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는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 이로 인해 태아의 자율신경계가 영향을 받아 불안정한 행동이나 정서적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구에 따르면, 임신 중 스트레스가 높은 어머니의 아이들은 저체중아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출산 후에도 성장과 발달 속도가 느릴 수 있다. 따라서 임신 기간 동안 정서적 안정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5) 환경 오염
모체가 환경 오염 물질에 노출되면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금속(예: 납, 수은)이나 살충제, 화학물질 등은 태아의 신경계 발달에 치명적이다. 특히, 수은에 노출된 임산부의 태아는 뇌 손상, 지능 저하, 운동 기능 장애 등을 보일 수 있다. 납 역시 태아의 성장 부진과 지적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임산부는 환경 오염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안전한 식수와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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