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성이란 타인의 행복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내재적인 심리적 특성이다. 이타성은 아동기 또래집단뿐 아니라 성인이 된 후의 사회적 관계에서 개인이 얼마나 집단의 성원으로부터 존경받고 수용되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특성이다. 나아가 집단 내에서 개개인이 지닌 이타적 특성은 개인적 행복뿐 아니라 집단이나 사회 전체의 안정과 행복의 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이타성이 행동으로 나타날 때 이를 친사회적 행동이라 부른다. 친사회적 행동이란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뜻한다. 나누기, 돕기, 위로하기, 보살피기, 협조하기 등은 대표적인 친사회적 행동이다.
1) 친사회적 행동의 발달
친사회적 행동이 일정 수준의 인지 및 정의적 능력의 발달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면 영아기에 친사회적 행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2세 이전의 아기들도 다른 아이가 아파하면 함께 울고, 위로하며, 나누어 갖는 등 여러 형태의 친사회적 행동 특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일상생활에서 어머니가 다쳤다든가 몹시 화가 났을 때 어머니에 대한 반응을 분석해 보면 2세 이전의 어린 영아는 함께 우는 것과 같은 공감적 반응을 보이며 2세 전후에는 위로하고 도와주려는 행동이 나타난다. 이처럼 일찍부터 친사회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친사회적 행동이 인간의 본성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머니가 영아의 요구에 민감할수록 영아의 공감적 반응의 정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동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친사회적 행동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2~3세경의 유아도 곤경에 처한 또래에 대해 이타적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자기만 먹기에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과자를 나누어 먹는 것과 같은 자발적인 자기희생적 친사회적 행동은 드물게 나타난다. 이타적 행동은 4~6세경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9~10세경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다. 실험실에서 아동의 행동을 관찰한 연구들도 대체로 나이든 아동이 나이 어린 아동에 비해 나누거나 돕는 친사회적 행동의 빈도가 높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실험실에서나 일상의 관찰에서나 친사회적 행동이 명백히 연령과 함께 증가하는 것은 아동이 성장함에 따라 협조의 가치와 필요성 및 방법을 이해하는 인지적 능력이 발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인이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 일상의 자연적인 상황에서는 친사회적 행동이 연령에 따라 증가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2) 친사회적 행동의 관여 요인
아동의 친사회적 행동을 촉진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관여한다.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성과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력 등 개인적 요인, 친사회적 행동의 모범을 보이거나 보상하는 환경적 요인은 친사회적 행동의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개인적 요인
친사회적 행동은 갈등 상황에서 자신이 택해야 할 행동을 도덕적으로 어떻게 판단하는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는 길에 다친 아이를 보았을 때 학교에 늦지 않게 가는 일과 다친 아이를 도와주는 일 사이에 갈등을 느끼게 마련이다. 만일 아동이 어떤 일이 있어도 학교에 지각해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 사고와 판단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이 상황에서 친사회적 행동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여러 연구 결과에서 도덕적 추론 능력과 친사회적 행동 간에 정적 상관이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친사회적 행동의 중요성에 관한 판단과 도덕적 추론 능력 간의 상관은 비교적 높으나 실제로 친사회적 행동을 하는 경향성과 도덕적 추론 능력 간의 상관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
공감
공감은 사회적 조망 수용과 마찬가지로 친사회적 행동의 발달과 깊이 관련된다. 타인의 정서를 식별하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공감은 사회적 조망 수용 능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타인의 정서를 경험하고 함께 느끼는 점에서 단순한 조망 수용과 구별된다. 타인의 정서적 아픔에 공감할 때 사람들은 이타적 행동을 통해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공감을 통해 도움을 받은 상대방이 느끼는 기쁨, 행복과 같은 긍정적 정서를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공감은 친사회적 행동의 기초가 된다.
최근에 공감이 실제로 친사회적 행동으로 이행되는 기제로서 사회적 책임 모형이 제시되고 있다. 이 모형에서는 타인의 불행에 대해 공감하는 것은 타인의 불행이 자기의 불행이 될 수 있다는 개연성에 대한 공감적 불안을 수반하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 원인과 그것을 종식시켜야 할 과정에 대한 책임의식이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불행에 대해 공유하는 사회적 책임은 곧 이타적 책임으로 느껴지며 이는 나아가 친사회적 행동을 하게 하는 직접적 계기가 된다. 타인의 불행에 공감을 느끼면서 도와주지 않았을 때 느끼는 죄의식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지 않은 데에서 오는 것이다. 아주 어린 아기도 다른 아기가 울면 따라 우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공감은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속성의 하나이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공감 능력의 발달 수준은 크게 달라진다.
자기도식
성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신이 이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경향이 높다. 자신의 이타적 성향에 대한 판단과 이타적 행동 간의 상관이 높다는 것은 이타적 특성에 관한 자아개념 또는 자기도식과 친사회적 행동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뜻한다. 5세와 8세 아동을 대상으로 아동의 이타적 자기도식을 활용하여 친사회적 행동을 증진시킨 연구는 연령에 따른 아동의 자기도식과 이타성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먼저 아동에게 또래와 연필을 나누어 갖거나 힘든 일을 도와주는 등의 친사회적 행동을 시켰다. 실험집단 아동에게는 스스로 자신이 친구를 돕는 좋은 아이라고 생각하게 하여 긍정적인 자기도식을 고무시켜준 반면에 통제집단은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았다. 이 연구 결과에서 8세 아동은 이타적 자기도식을 강화함으로써 친사회적 행동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었으나 5세 아동은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빈약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아동의 이타적 자기도식이 8세경에 행동을 통제할 만큼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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